[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운길산과 수종사는 자연과 문화, 역사적 깊이를 간직한 경기도 남양주시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해발 610m에 이르는 운길산은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북한산, 도봉산, 용문산 등 웅장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산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감하게 한다.
특히 운길산에서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일명 두물머리를 내려다볼 수 있어 그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는 뜻에서 유래된 운길산 이름처럼 늘 고요하고 안온한 정취를 자아내는 곳이다.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 수종사도 명소다. 이 사찰은 신라 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연혁은 알 수 없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 세조가 강원도에서 지병을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던 중 멀리서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와 그 소리를 따라가 보았다고 한다. 그곳에는 토굴이 있었고, 굴 안에 18 나한상이 모셔져 있었으며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고 한다. 이에 감동한 세조는 절을 지어 ‘수종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사찰에 남아 있는 정의옹주의 부도는 수종사가 당시 이미 상당한 규모의 사찰이었음을 시사한다.
수종사 경내에는 다양한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된 팔각오층석탑과 조선 세종 21년에 세워진 부도가 있다. 이 유물들은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것들이다. 따라서 수종사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조선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경내에 자리한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는 세조가 중창할 당시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며 자라온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양수리 일대의 풍경은 ‘해동 제일의 경관’이라 불리며 예로부터 시와 그림의 소재가 되어왔다. 사찰에서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그 풍경을 감상하기에 완벽한 장소로 손꼽힌다. 조선 시대의 학자 정약용은 이곳의 풍광을 사랑하여 이곳에서의 즐거움을 ‘군자유삼락’에 견줄 만큼 큰 행복으로 여겼다. 그의 절친이었던 초의선사도 이곳을 찾아와 한강의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즐겼다고 한다. 현재 수종사는 삼정헌이라는 이름의 다실을 운영하며 차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풍경은 특히 일출과 일몰 때 가장 아름답다. 일출은 서서히 어둠을 걷어내며 두물머리를 비추는 햇살이 금빛 물결처럼 반짝이는 광경을 선사한다. 일몰에는 서쪽으로 지는 붉은 노을이 강과 산을 물들여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아울러 수종사에는 다양한 보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제259호 ‘남양주 수종사 부도 사리장엄구’가 있다. 이 장엄구에는 청자유개호, 금제구층탑, 은제 도금 사리기 등 귀중한 유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보물 제1789호로 지정된 팔각오층석탑에서 출토된 유물, 보물 제1808호인 팔각오층석탑, 보물 제2013호인 수종사 사리탑 등도 문화재적 가치를 더한다. 이 유물들은 수종사의 역사와 신앙적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물들이다.
운길산과 수종사는 교통 접근성이 좋아 주말 여행지로 적합하다.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등산로로 바로 연결되어 하루 코스로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 운길산역에서 시작하는 등산 코스는 3.1km 거리로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수종사에서 출발하는 최단 코스는 단 800m로 산 정상에 빠르게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