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예산 편성, 누구를 위함입니까?
▶ 송파의 내일을 고민하는 박종현 의원입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부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발언을 준비하면서 우리 송파구 주민님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 치솟는 물가, 가벼워진 지갑. 골목 골목 공실이 너무 많습니다. 월세와 공과금, 아이들의 학원비, 반찬값 조차 줄이기 위해 애써야 하는 우리 주민님들을 생각하면 예산서 상의 숫자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우리 주민님들의 피와 땀으로 여겨집니다.
▶ 처음 의원이 되었을 때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보편적 복지 같은 정치적 이상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절실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주민님들이 단 하루라도 마음 편히 지내실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잃어버린 '행복'이란 단어를 어떻게 되찾아 드릴 수 있을까?
▶ 아마도 우리 주민님들의 대부분은 1조 4천억 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아실 수 없을 겁니다. 예산서가 구 홈페이지에 다 공개되어 있지만, 여기에 관심을 쏟기엔 우리네 삶이 지나치게 고되기 때문입니다.
▶ 의회는 왜 존재합니까. 세비는 왜 받습니까. 주민님들을 대신해 이를 살펴보고 문제는 없는지, 균형 있게 쓰이고 있는지,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달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 2025년 제1회 추경안을 받아 들고 깊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3년간 이 자리에서 외친 목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 지난 25년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장장 7일, 역대 최장의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미 밤새 계수조정을 마쳤는데도 여당 의원님들끼리만 알고 있는, 해당 부서장조차 세부 내역을 모르는 정체 불명의 쪽지예산 일곱 건이 갑자기 올라왔습니다. 불요불급한 행사와 단체 지원금이 50%나 증액된 이 예산들은 숫자를 앞세운 폭력적 심의의 결과였습니다.
▶ 그런 와중에도 여야 의원님들이 한 마음으로 불요불급하다고 판단해 삭감한 예산이 있습니다. 구정홍보지 2억과 특정 신문 구독료 1억 8천만원입니다. 의원의 공식적인 발언을 동의 없이 손대고 통편집 해버리는 홍보지 예산 증액 요구도 불가하지만, 예산 확정 불과 5개월 만에 의회가 삭감한 신문 구독료를 100% 그대로 증액해 다시 올리는 추경이 어디 있습니까?
▶ 왜 특정 일간지를 구입하는 일에 다른 지역신문의 열 배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까. 예산 편성권은 집행기관에 있지만, 예산 승인권은 의회에 있습니다. 이런 식의 추경 편성은 예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의회의 심의·의결권을 무력화시키는 예산쿠데타입니다.
▶ 송파대로 명품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인 석촌호수로 걷고싶은 가로정원 조성과 같은 사업이 그렇게 시급합니까. 예산 확보를 위해 전 부서가 유보금을 25%나 잡고, 직원들의 급량비까지 쥐어짜는 것은 누구를 위한 행정입니까.
▶ 화면을 보십시오. 구 재정난이 심각하다 너무 어렵다 했지만 2023년 결산 기준으로 세입도 세출도 줄어든 적은 없습니다.
▶ 세입이 줄어들지 않았는데도 우리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다른 지자체보다 하락했습니다. 다들 긴축재정을 펼친 시기에,송파구는 오히려 통합재정흑자폭을 1천억 원 이상 축소시키며 방만한 예산운영을 이어갔습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 구의 자산은 주민님들의 것입니다. 장지동 청사도 시설관리공단 사무실도 구청장이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해 마음대로 처분하려 하는 것은 공공의 자산을 사유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 더욱이 석촌호수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잘 조성된 조경에 주민님들이 만족하시며 잘 다니고 있는 길, 그것도 민선8기 들어 최소 백 수십억이 투입된 석촌호수에 또 다시 금년에 36억, 내년에 37억을 투입하면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청사 시설물 기능 유지는 2억 가까이 삭감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예산 집행입니까. 도로를 줄여 땅을 확보할 예산도 마련하기 전에 나무 값부터 확보하는게 정상적인 예산 수립입니까.
▶ 주민을 섬기는 섬김행정을 정말로 하시려거든, 겸손해지십시오. 다른 사람이 다 아니라고 하면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 우리 의원님들께도 지혜롭고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하며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단지 숫자를 심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 줄의 예산이, 단 돈 천만 원의 예산이 누군가의 삶을 살릴 수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너무 멀리 왔습니다. 이번 추경안이 정말로 주민님들의 삶을 위한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때입니다.
▶ 지난 5월 2일,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표현이 있습니다. 요란한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를 흔든다고. 그러나 우리 침묵하는 다수의 주민은 기어이 이기고야 말 것입니다. 왜냐하면 곳간도, 곳간에 쌓이는 한 톨의 쌀도, 그 곳간을 감시하는 눈도 결국은 모두 송파구민, 주권자 우리 주민님들의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