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배리어프리, 지원 없는 의무만으론 안 됩니다
▶ 존경하는 송파구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방이1동, 송파1·2동
최옥주 의원입니다.
▶ 오늘 저는, 지난 1월 28일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으로 의무화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우리 지역 소상공인에게 가져오고 있는
구체적인 어려움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최근 자영업계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입니다.
고금리, 고물가, 소비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더해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폐업률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 지금은 회복이 아닌 생존이 우선인 시기입니다.
▶ 송파구에는 6만여 개가 넘는 사업체가 있으며,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영세 자영업체입니다.
폐업이나 업종 변경을 고민하는 업장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이들 상당수가 이번 제도 개정의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 제도의 방향이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균형과 부담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저는 현재 제도 적용 방식에서 확인되는 세 가지 문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첫째, 별다른 지원 없이 기기 교체를 일방적으로 의무화한 점입니다.
▶ 기존 키오스크보다 최대 3배가량 비싼 기기를
아무런 재정 지원 없이 자비로 교체하라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 특히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설치하지 않으면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구조는 사실상 벌칙에 가까운 행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란, 필요성을 떠나 실행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공정한 출발선’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 둘째, 기기 설치만으로는 실질적인 접근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 매장 입구에 계단이 있거나, 문턱이 높거나, 통로가 좁다면 설치된 키오스크는 휠체어 사용자에게 오히려 벽이 됩니다.
또한 시력이 약하거나 손 떨림이 있는 고령자,
화면 해석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는
별도의 안내와 도움 없이 무인기기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장벽입니다.
▶ 배리어프리는 기계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실제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기기만 바꿔놓고 주변 구조와 설명 체계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 셋째, 제도 시행에 필요한 여건이 현장에서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 실제로 키오스크 활용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무려 85.6%가 제도 시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행정적 안내는 부족했고, 정보 전달은 현장에 거의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 여기에 더해, 기기를 설치하려 해도 수급 자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전국에 단 두 곳뿐이며,
공급 지연과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제도를 모르고도 법을 위반하게 되는 구조,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할 수 없는 공급 환경 속에서
마감 기한 이후 과태료를 부과받는 일이 현실화된다면 이 제도는 그 취지를 실현하기보다 오히려 갈등과 부담만을 키우게 될 것입니다.
▶ 제도 시행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현장에서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이미 해외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영국은 「차별금지법(Equality Act)」을 통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편의 제공을 법제화하되,
소규모 사업장에는 여건에 맞는 수준의 합리적 편의 제공만을 요구합니다.
무작정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유연성을 허용하고,
공공 재정의 지원을 병행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접근성 기준법」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뿐 아니라 물리적 환경 전반에 걸친 기준을 마련하고,
분야별로 단계적인 적용 시점을 설정해 정책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함께 높이고 있습니다.
▶ 이러한 사례는 법적 강제 이전에 충분한 안내와 지원,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방식의 실행 구조가 진짜 제도 설계의 출발점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줍니다.
▶ 우리는 지금 이 제도를 통해
단지 기계 한 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장애와 비장애, 노인과 청년, 모든 사람이
함께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의 방향을 정립하는 중입니다.
▶ 그런 점에서 이 제도가 형식보다 실질을, 책임보다 이해를,
부과보다 협력을 담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지혜가 함께 모이길 부탁드립니다.
▶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