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시화호방조제는 대한민국 간척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70년대 당시 인구 밀도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대규모 프로젝트 중 하나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 1994년에 담수화를 완료했지만 수질 악화로 인해 2000년부터 해수를 유통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시흥시와 인천시 경계에 위치한 소래포구와 월곶포구를 지나 77번 국도를 따라가면 오이도와 안산반월공단, 시화호방조제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시작되는 301번 지방도의 경우 방조제 위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오이도는 선사시대 유물인 패총이 발견된 곳으로 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서해안에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오이도는 까마귀의 귀를 뜻하는데 1922년 일제강점기에 염전 개발을 위해 제방이 건설되면서 육지와 연결된 섬이다. 현재는 시화방조제가 오이도에서 대부도까지 이어지며 바다 지형이 크게 변했다.

301번 지방도를 따라 시화호방조제를 달리면 잔잔한 시화호와 역동적인 바다가 좌우 대조를 이룬다.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드러나는 개펄은 조개잡이. 낚시 등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방조제 길이는 12.7km로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도로를 달리는 상쾌함이 매력적이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화호조력발전소가 등장한다. 세계 최대의 발전용량을 자랑하는 이 발전소는 조수간만 차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특히 시화호에 해수를 유통시키는 결정에 따라 설계됐다. 이곳은 과거 큰가리기섬과 작은가리기섬이 나란히 있던 자리인데 현재 작은가리기섬 자리에 발전소가 들어섰다.

조력발전소 옆에는 T-라이트휴게소가 자리잡고 있다. T-라이트는 바닷물과 빛을 의미하며 청정에너지를 상징한다. 휴게소 주변 광장 및 공원에는 '빛의 오벨리스크' 등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해안암석원은 간척사업과 공사 중 나온 괴석, 고목 등으로 꾸며졌다. 제방 벽에는 시화8경을 표현한 벽화가 장식돼 있다. T-라이트휴게소는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휴식처다. 무엇보다 과거 수질오염 문제로 외면받던 시화호방조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휴게소를 떠나 방조제 남쪽 끝으로 가면 방아머리선착장 입구가 보인다. 이곳에서 페리를 타면 덕적도, 자월도, 승봉도, 이작도 등 여러 섬으로 갈 수 있다. 반대편 시화호 쪽에는 새롭게 육지로 변한 땅이 펼쳐져 있다. 형도 역시 방수제 길과 연결되어 육지가 됐으며 여전히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다.

1999년 시화호 한가운데 우음도 부근에서 200개 이상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 백악기 시대의 이 유물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됐다. 공룡알 화석지 방문센터에는 발굴된 공룡알 화석과 공룡 서식 환경을 재현한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제2서해안고속도로와 송산 그린시티 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즉, 중요한 유물이 영원히 묻힐 뻔했던 곳이기도 하다.

시화호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안산·반월공단을 거쳐 오이도 부근에 도착하면 서해바다 낙조를 볼 수 있다. T-라이트휴게소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떠올리며 수도권에서 쉽게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