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여성의 일과 삶, 단절이 아닌 연속으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
▶ 존경하는 송파구민여러분 방이2동 오륜동을 지역구로 하는 정주리의원입니다.
▶ “경력단절이 제 경력입니다.” 얼마 전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 또래의 여성들이 흔히 겪는 경력단절에 대한 낯선 표현을 보고, 기사를 좀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기사 속 주인공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그 시간을 단절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리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백도 자원이 될 수 있어요. 저는 멈춘 게 아니라, 다른 리듬으로 제 삶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여성의 일과 삶을 ‘끊어진 것’으로 규정해 왔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출산과 돌봄의 시간은 결코 멈춤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탱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또 다른 형태의 경력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너무 쉽게 쓰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 그 표현이 어쩌면 여성의 삶을 ‘끊어진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 언어는 정책의 시작점입니다. ‘단절’이라는 말은 복귀를 전제로 하지만, 현실의 많은 여성들은 복귀가 아니라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출산과 돌봄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노동과 사회활동을 이어가며, 이미 경력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통계도 이 변화를 뒷받침합니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의 비율은 15.9%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줍니다.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여성 고용이 4.7%,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6.8%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웹기반형 플랫폼 노동자의 58%가 여성으로,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방식이 점점 더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성의 일은 단절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며 확장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제 정책도 달라져야 합니다.
▶ 그동안의 정책이 ‘단절 예방’에 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경력의 전환과 보유 지원으로 방향을 옮겨야 합니다.
이에 저는 다음 세 가지를 제안드립니다.
▶ 첫째, 경력전환형 직업훈련 플랫폼 구축입니다. 서울시 유일의 송파여성경력이음센터를 단순한 재취업 지원 기관이 아니라, 여성의 경력을 관리하고 확장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돌봄 이후 복귀를 원하는 여성들이 ‘처음부터 다시’가 아니라 ‘이어가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경력기록 관리와 디지털 직무교육, 자격 연계를 하나로 묶은 전환형 훈련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 둘째, 경력보유여성 데이터베이스 구축입니다. 여성의 다양한 경력정보를 통합 관리해 지역 기업과 상시적으로 연계하는 인재풀을 만들어야 합니다.단순한 구직자 명단이 아니라, 경력유형·보유기술· 희망근무형태를 반영한 데이터 기반 매칭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특히 돌봄 이후 프리랜서, 사회적기업,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새롭게 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행정이 반영해야 합니다. 송파구가 이러한 변화에 맞춰 경력보유여성 DB를 플랫폼화한다면, 경력의 전환과 확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셋째, 생활밀착형 일터 조성입니다.재취업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공간이 필요합니다. 마을기업, 공유사무실, 작은도서관 등 지역 내 생활거점에 ‘돌봄친화형 일터’를 조성해 여성들이 가까운 곳에서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곳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의 돌봄과 경제활동을 잇는 새로운 일터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 조례와 각종 관련 사업에서 사용되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표현은 이제 ‘경력보유여성’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 용어의 변화는 행정의 의지를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송파구가 개최한 ‘경력이음매칭데이’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행정이 처음으로 ‘경력보유’라는 언어를 공식 사업에 사용하며, 변화된 인식을 정책으로 표현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조례와 제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논의가 이어져야 합니다.
▶ ‘경력보유여성’, 그것은 단지 단어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경험과 시간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 송파구가 이 변화를 선도하여, 여성의 경력이 단절이 아닌 연속과 전환의 여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행정의 문화를 함께 바꿔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