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2일 오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개최된 대덕 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학계, 대전의 기업, 연구소, 대학 관계자 및 지역 주민 300여 명이 함께 대덕 연구개발특구의 지난 50년 간의 성과를 기념하고, 앞으로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세계를 선도하는 First Mover로 탈바꿈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혁신적·도전적 연구는 성공과 실패가 따로 없다”며 “연구 과정에서 창출되는 연구자들의 발전, 노하우, 경험이 바로 성공”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래서 “도전적 연구에 대해서는 성공과 실패가 따로 없는 만큼 실패를 문제 삼지 않겠다”며 “예산의 집행도 유연하게 하고, 연구시설 조달 관련 국가 계약법 체계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은 “최근 국가 R&D 예산을 확대하기 위한 실태 파악 과정에서 내년 예산의 일부 항목이 지출 조정됐고, 연구 현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연구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돈이 얼마나 들던 지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다. 아울러 과학계 참석자들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이같은 기념사면 기립 박수 쳐야 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은 미래 비전 선포식에 앞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休라운지에서 국제적으로 우수한 연구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우수 신진연구자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 간담회는 세계 우수의 학술지인 네이처, 셀, 사이언스 등에 논문을 다수 등재하고, 국제적으로 촉망받는 연구 실적을 보유한 7명의 젊은 과학자들과 함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통령은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과학의 수도인 대전에서 여러분과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정부 정책 개선점과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먼저 백민경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조교수부터 발언했습니다. 백 교수는 로제타 폴드(단백질 구조 예측 AI프로그램)를 개발해 한국인 최초로 2021년 사이언스지의 올해 최고의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백 교수는 이 분야 연구자들을 더 많이 키우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는데,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공동연구 커뮤니티가 갖춰져 있지 않아 새로운 연구를 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서 정부가 국제적으로 연구를 교류할 수 있는 창구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국제공동연구가 되려면 우리가 비싼 연구 장비 등을 지원해야 해외 연구자들도 같이 연구하지 않겠냐”며 과감한 지원의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가 R&D 예산은 무슨 수당처럼 공평하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연구자들이 진짜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곳에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R&D 구조개혁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태조사를 하며 우선 바구니를 비우고 시작하는 것" 이라고 지출구조조정을 설명했다.
기초연구(물리학) 분야에서 국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김근수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는 본인이 미국에서 선의의 경쟁을 했던 중국인 신진연구자가 중국 정부로부터 천인계획 프로그램 지원을 받으며 연구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국 돈 15억 원 하는 장비를 중국인 연구자는 바로 확보했으나 본인은 10년에 걸쳐 마련했다며, 학위와 포스닥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진연구자에 대해서는 파격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정부의 R&D 구조개혁 정책이 그런 취지를 담고 있어서 정말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통령은 “장비를 사 드리려고 했더니만 이미 사셨다고 하니 안 되겠다”고 웃으면서 “연구시설이나 기자재가 필요하다고 하면 즉각 즉각 신속하게 해외에서 제일 좋은 제품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조달 측면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차진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근수 교수의 발언에 동감한다면서 해외 연구소의 신진연구자들은 연구를 시작할 때 10~20억 원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한국은 1억씩 조금씩 채워 넣다 보니 아이디어가 있어도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지호 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새로운 구조의 소재(제올라이트)를 발견했는데, 구조가 복잡하고 국내에 장비가 없어 10년 동안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가 전자현미경 분야의 저명한 스페인 교수와의 협업으로 구조를 완전히 해석하는 데 성공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할 수 있었다면서 글로벌 연구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통령은 “일각에서 글로벌 공동연구를 하면 성과가 언제 나냐며 비판을 하는데, R&D라는 게 당장 성과를 내려는 게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며 “기업은 당장 상용화되기 어려우면 돈을 안 쓰는데, 국가에서 글로벌 공동연구를 하면 그걸 나중에 기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 온 권경하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조교수는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해외 연구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국제공동연구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 1년 국가 R&D 예산이 30조 원인데, 전 세계와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즉 연구자 지도가 있어야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바탕이 갖춰지고 R&D 예산을 늘려가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신진연구자 간담회에는 백민경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조교수, 윤영우 한국전자정보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민아 한국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 김근수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 신지호 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권경하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조교수, 차진웅 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신진연구원과 최상목 경제수석,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참석했다.
간담회 후 대통령은 표준과학연구원 내 연구 성과 전시관을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은 먼저 AI 작곡가 이봄(EVOM)이 있는 부스를 찾아 카메라로 얼굴을 스캔했다. AI 작곡가 이봄(EVOM)은 “당신은 지금 행복해 보입니다”라며 즉석에서 경쾌한 리듬의 노래를 작곡해 연주했습니다. 대통령은 이어서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제작한 4족 보행 로봇의 보행 시연을 관람했다. 보행 로봇은 사람이 옆에서 밀어도 중심을 잘 잡고, 발을 헛디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관람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