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3월 31일 오전 11시 고양시청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양시의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삭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민은 없고 고양시 발전은 외면한 의회는 각성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앞에 선 이 시장은 “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가 걸린 사업 예산들이 '시장 관심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복적으로 삭감당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제292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 따르면 시가 제출한 2025년도 첫 추경 예산안 중 약 161억 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47건의 사업 중에는 공립수목원·박물관 조성, 원당역세권 개발, 창릉천 우수저류시설 설치, 일산호수공원 북카페 조성 등 고양시의 장기적 발전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 사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일부 사업은 3회에서 많게는 7차례 이상 반복 삭감된 '단골 삭감사업'이라는 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시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시장은 인공지능과 IT 기술을 접목한 ‘거점형 스마트시티 사업’을 대표 사례로 들며 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해당 사업이 24시간 민원 응대, 교통 흐름 최적화, 재난 예방, 드론 순찰, 자율주행버스 도입 등을 포함해 시민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혁신 사업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장은 국토부 공모를 통해 전국 지자체와의 경쟁 끝에 선정된 성과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고양시 부담분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않고 수차례 삭감하며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이 사업은 다른 지자체는 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어 못 하는 사업”이라며 “고양시의회는 도리어 스스로 하지 말자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시민을 위한 결정인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도 삭감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양시는 CES(세계 최대 IT·소비재 전자산업 전시회)에 참가하는 지역 기업을 지원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려 했으나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가 차단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관광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양시는 고양종합운동장을 활용해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지드래곤(GD)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공연을 유치해 왔지만 관람객을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로 연결하기 위한 연계 예산이 삭감되면서 사업 취지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각종 홍보 예산도 함께 줄어들며 지역의 이미지 마케팅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복지 영역도 타격을 입었다. 노인회와 예술인 창작공간 ‘해움’, ‘새들’의 인건비가 줄어들면서 현장 운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이동환 시장의 핵심 공약이자 시가 2년 반 동안 준비해 온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조례안’이 ‘준비 부족’이라는 이유로 부결됐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고 시작조차 막는 건 핑계일 뿐”이라며 “이제 막 첫걸음을 떼려는 조례안을 거부하는 건 시민 72%의 찬성과 경기도 동의까지 받은 여론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반복적인 예산 삭감 사태가 고양시정에 미치는 구조적 문제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명확한 근거나 대안 없이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무책임한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둘째, 도시 경쟁력을 높일 인프라와 경제 활성화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면서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셋째, 도시기본계획 등 미래 설계를 위한 중장기 계획 예산이 계속해서 지연·축소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실제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을 위한 용역 예산은 1년 넘게 4차례 삭감됐고 이번에도 삭감된 ‘반쪽짜리 예산’으로 겨우 반영됐다. 이는 1기 신도시 재정비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계획인 만큼 고양시 전체의 전략적 도시계획 추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시장은 “계속되는 무분별한 예산 삭감은 고양시라는 기차의 엔진을 끄는 것과 같다”며 “한 번 멈춘 기차는 다시 움직이기까지 두세 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경고했다. 이어 “두 개의 바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굴러서는 수레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시의회가 정치가 아닌 시민을 바라보고 남은 1년여 고양시의 동력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시의회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